함양향교 제3회 전국 한시백일장-율시작법안내

관리자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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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신운(大韓新韻)에 따른 우리 율시 작법

 

우리 실정에 알맞은 율시 작법의 필요성

 

평소 ‘한시를 써 봅시다’라고 권하면 이구동성으로 평측의 암기 문제와 구성의 까다로움에 대해 들은 바를 거론하면서 손사래를 치기 마련이다. 언제부터인가 한시(漢詩)라는 말에는 평측 관계가 고착되어 시언지(詩言志)의 본질이 도외시된 것 같은 세태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창작에 임하는 지식인도 처음에 의도했던 바와 전혀 다르게 표현하기 일쑤이며, 평측이나 대장(對仗)의 안배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정황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표현하고자 했던 원래의 뜻을 평측 안배 등의 규칙에 얽매여 표현하지 못한다면 평측의 안배는 무용(無用)하다 할 수 있으며, 평측 안배 때문에 뜻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했다면 차라리 율시를 구성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러한 문제를 생각해 보지 않고 평측을 제대로 안배해야 시의 격을 갖춘 작품,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작품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모르겠다. 단도직입(單刀直入)으로 말하자면, 우리 한자에는 평측이 존재하지 않는다. 제아무리 평측을 잘 안배하고, 2/4/6(不同)과 점법(粘法)을 맞추었을지라도 평측의 안배를 느끼기 어려우며, 자구의 뜻과 리듬에 따른 감정으로 느낄 뿐이다.

 

압운(押韻) 또한 그러하다. 동(東) 운을 예로 들면, 충(忠) 역시 동(東) 운에 속하므로 무조건 외울 수밖에 없다. 東[dōng]이 忠[zhōng]과 같은 압운인 까닭은 중국인으로서는 ōng이 같은 발음이어서 전혀 외울 필요 없이 당연하게 여기지만, 우리말로 발음해 보면 당연히 동(東)과 충(忠)은 다른 압운에 속해야 한다.

대장(對仗) 또한 그러하다. 상(上)에 좋은 대장은 하(下)이지만, 기존의 방법으로는 안배하기 어렵다. 고절(孤節)의 절(節)은 1,000수를 썼을지라도, 압운으로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특히 율시의 구성은 압운과 대장에 있으므로 한글을 우선한 한자의 활용으로 사고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새롭게 창안한 우리 율시 구성 방법은 기존의 평측 요소와 까다로운 규칙을 배제하고 〈대한신운(大韓新韻)〉에 따른 압운(押韻)과 대장(對仗)에만 중점을 두었으므로 누구라도 쉽게 익혀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K-pop이 세계를 열광시키고 조선과 전자 반도체 등이 세계 1위를 달리는 오늘날인데도, 한시의 체재는 여전히 중국으로부터 전래한 고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체성을 가지고 우리말이 지닌 한자의 특성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한시(漢詩)가 아닌 한시(韓詩) 작법의 대중화를 절실히 모색할 때이다.

한자(漢字)를 공부할 때 필수 참고서로 알려진 〈천자문(千字文)〉도 평측 안배와는 상관없이 압운과 대장만으로 이루어졌기에, 회자(膾炙)된다. 평측이 고려되었더라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명시이다. 지식인들의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희망하는 차원에서 우리 실정에 맞는 율시(韓詩) 작법을 제시한다. 아래의 예는 출간할 내용의 한 부분이다.

 

2. 대한신운(大韓新韻)에서의 운자(韻字) 분류

 

〈대한신운(大韓新韻)〉은 중국 고대 운의 분류에서 벗어나 우리 실정에 맞는 한시를 쓰기 위해 한글 자모 순서에 따라 본 연구자가 재분류한 운서(韻書)이다. 이 운서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면 관심을 가진 제현들의 질문과 제언(提言)이 뒤따를 것이라고 기대하며, 여러 의견을 모아 더 나은 운서로 재정비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고대의 운서(韻書)는 평수운(平水韻)이 대표적이며, 평성(平聲) 30, 상성(上聲) 29, 거성(去聲) 30, 입성(入聲) 17 운으로 모두 106 운으로 분류한다. 우리의 선현들이 한시 창작에서 활용하는 운서(韻書) 역시 106 운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평수운을 활용하여 양국의 고대 작품을 분석해 보면 평측이 같으므로 운서의 명칭은 다를지라도 결국 내용은 같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고, 관련 연구자들의 논문 내용 역시 마찬가지다.


고대에 분류한 운자가 현대에 와서 가장 불합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는 입성(入聲)자이다. 職(직zhí) 항목의 경우 色(색sè), 力(력lì), 翼(익yì) 등은 현대 성조로 분류해도 色(색sè), 力(력lì), 측성으로 쓸 수 있지만, 亟(극jí), 殛(극jí), 忒(특tuī), 熄(식xī), 識(식shí), 國(국guó), 德(덕dé) 등은 현대 한어에서 평성으로 변했다. 게다가 고대 성조와 같을지라도 色(색sè)과 力(력lì)의 운미(韻尾)는 서로 다르며, 識(식shí)과 國(국guó)의 경우는 운미(韻尾)뿐만 아니라 성조도 변했다. 성조는 한시뿐만 중국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높낮이와 어감을 표현하므로 실생활에서는 國(국guó)을 평성처럼 여기면서 한시 창작에서는 여전히 측성으로 안배함으로써 모순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중국어에는 ㄱ, ㄷ, ㅂ과 같은 격음(激音)이 없고 ㄹ 발음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해 중국에서는 1941년 민국교육부국어추행위원회(民国教育部国语推行委员会)에서 18운으로 재분류했으며, 2010년 중화시사학회(中华诗词学会)에서 ‘21세기초기중화시사발전강요〈21世纪初期中华诗词发展纲要〉’를 통해 〈중화신운(中華新韻)〉 14운으로 확정하여 사용하고 있다. 14운의 확정이지만 입성(入聲)은 다른 운으로 옮기고 상성(上聲)과 거성(去聲)도 함께 분류되어 있으므로 실제로는 42운이다. 분류 항목은 1麻, 2波, 3皆, 4开, 5微, 6豪, 7尤, 8寒, 9文, 10唐, 11庚, 12齐, 13支, 14姑이다.

國(guó)은 측성이지만, 〈중화신운(中華新韻)〉에서는 波[bō] 운의 평성으로 재분류 되어 있다. 분류 방법은 운미(韻尾)의 동일성과 성조 중심이다. 즉 운미 부분인 o, uo는 비슷한 발음이며 國[guó] 역시 이에 해당하므로 波[bō] 운의 평성으로 분류한 것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며 다행한 일이다.

본 연구자는 1성(ˉ), 2성(´), 3성(ˇ), 4성(`)의 표시로써 1, 2성은 평성, 3, 4성은 측성으로 분류하면 99%가 일치하여 누구라도 외우지 않고도 쉽게 평측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바 있다. 또한 평측 개념으로 구분하는 일은 의미가 없고 반드시 성조라는 개념으로 익혀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 바 있으며, 國을 측성으로 안배하는 일 역시 무의미하다는 점을 역설한 바 있다.

더욱이 우리의 한자에는 평측이 존재하지 않으며 발음 체계가 중국과는 다른 데도 2000년 넘게 무의식적으로 답습한바 우리 실정에 알맞은 한시를 구성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끼는 실정이며, 압운과 대장 이외의 평측 안배와 하삼평, 하삼측 금지 원칙 등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다는 점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앞으로 출간할 《ChatGPT를 활용한 우리 한시 작법》에서 타당성을 밝힐 예정이지만, 이 글을 보신 성균관 관계자 또는 한시 작법과 관련한 단체 및 한시를 지도하는 제현(諸賢)께서는 외면하지 마시고 꼭 한번 관심 가져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그래야만 고대의 작법과는 조금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시대를 불문하고 시언지(詩言志)라는 본령에 충실하면서 선현의 풍류 정신을 잇는 지식인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근본은 생각해 보지도 않고 지금까지 고수(固守)한 형식과 내용에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무조건 비판할 것이 아니라, 허심탄회(虛心坦懷)한 마음으로 한시 발전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운자의 재분류는 한글 자모의 순서에 따라 31 운(韻)으로 총괄한다. 해당 항목에 없는 운자는 추가할 수 있으며, 한글 자모로써 유추하여 활용할 수 있으므로 외울 필요가 없다. 이는 〈중화신운(中華新韻)〉 역시 중국인은 외울 필요가 없는 점과 같다. 작법 능력이 향상될수록 필수 운이나 원래 압운(押韻)의 범위를 벗어날 수 있으며, 제시되지 않은 압운 자가 있으면, 직접 추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활용 빈도가 제일 높은 압운은 강(姜), 건(建), 경(經), 구(九), 기(基), 간(間), 공(工), (긴)緊 운으로 전통 압운에서도 상용하는 양(陽), 선(先), 경(庚), 우(虞), 지(支), 한(寒), 동(東), 진(眞) 운에 속한다. 평측 개념만 없애고 합쳤으며, 홀수 구의 끝 운자는 해당 압운에 속하지 않는 모든 운자를 활용할 수 있으므로 표현의 범위가 훨씬 넓어지게 될 것이다. 명칭은 〈대한신운〈大韓新韻〉으로 정했다. 신운(新韻)에 따라 창작한 칠언율시와 칠언배율의 구성 예를 소개한다. 미약한 능력이니만큼 읽을 가치가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은 스스로가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시언지(詩言志)라는 본령을 담을 수 있었다는 점은 말씀드리고 싶다.


3. 대한신운(大韓新韻)에 따른 칠언율시(七言律詩)와 배율(排律) 구성의 예

 

칠언율시는 7자 8행으로 이루어지며, 첫 구의 끝 자에도 대부분 압운하는 점은 기존의 구성 방법과 차이가 없다. 제3, 4구와 제5, 6구의 대장은 더욱 정밀해질 것이다. 배율은 10행 이상을 기본으로 한다. 10행 정도를 배율이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나 전통의 분류에 따른다. 일반적으로는 12행 이상이 알맞을 것이지만, 길이는 상관없다. 제1, 2구와 마지막 두 구를 제외하고는 대장해야 하는 점은 율시 구성과 같다. 배율의 구성은 비슷한 표현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권장할 구성은 아니지만, 대장 구성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

〈맥랑(麥浪)〉은 어느 지역에서 개최한 백일장의 시제이며 제시한 압운으로 기존의 규칙이 모두 적용되었다.

 

제1구 他日春窮饑日長 지난날 춘궁기에 배고픈 날 길어지며

제2구 草根延命救家忙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가족 구하기에 바빴었지!

제3구 采蓬慈母煮稀粥 쑥을 캔 어머니는 희멀건 죽을 끓였고

제4구 卸戶嚴君傾痛觴 지게 내려놓은 아버지는 비통의 술잔을 기울였네.

제5구 布穀悲鳴流淚夜 뻐꾸기 슬픈 울음 눈물짓는 밤

제6구 麰波嫩穗斷腸芒 보리 물결 풋 이삭은 창자 끊는 까끄라기

제7구 三男二女迎寒食 3남 2녀 한식을 맞이하여

제8구 省墓歸程再顧鄕 성묘 후 귀로에서 거듭 고향을 돌아보네.

 

코로나 시국을 제외하면, 어느 지역에서 청보리 축제가 열릴 때마다 수만의 인파가 북적인다는 기사를 매년 접한다. 그러나 2023년을 기준으로 70세 이상의 동년 시절은 대다수가 배고픔을 겪었거나 보았던 세대로 보리 물결은 대체로 인고(忍苦)의 상징일 것이다. 중학교 시절 수돗물로 배를 채웠다는 80세 선생의 보리 물결 회상은 먼 역사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공존하는 세대의 아픈 기억일 뿐이다.

지난해에 수확한 양식이 모두 떨어지고 보리가 여물지 않은 음력 4~5월이 춘궁기(春窮期)로 서러움이 절로 밀려오는 우리말은 보릿고개이다. 이때 아이들은 들과 산으로 나아가 쑥을 캐거나, ‘삘기’라는 싹이나 물이 오른 소나무껍질(‘송구’라고도 불린다)을 벗겨 껌처럼 씹으며, 심심함을 달래는 놀이를 겸해 배고픔을 견딘 시절이었다.

또한 풋보리를 몰래 꺾어 나뭇가지를 주워 모아 구워서 손으로 비벼 불어 씹는데, 순식간에 입 주변이 시커멓게 변한 모습을 서로가 놀리면서 하루해를 보낸 시절은 어찌 동년의 즐거운 추억으로만 남아 있겠는가!

한하운(韓何雲 1919~1975) 시인의 〈보리피리〉에서 “눈물의 언덕” 표현에 더 무슨 말을 덧붙이랴! 이 작품의 내용은 어린 시절 자식을 배불리 먹이지 못해 눈물짓던 친구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지었다. 그러고 보니 춘궁기라는 말은 우골탑(牛骨塔)과 더불어 사어(死語)가 된 지 오래되었음을 불현듯 깨닫는다.


기존의 압운으로는 양(陽) 운에 속하며, 한글 자모에 따른 〈대한신운(大韓新韻)〉의 압운은 강(姜) 운에 속한다. 재배열한 압운 역시 변함이 없는 까닭은 기존의 압운 거의 그대로 해당하며, 평측의 개념을 제외하고 합쳤으므로 표현의 범위는 더욱 다양해지고 자연스럽게 구성할 수 있다.

제2구의 초근연명(草根延命)은 평측 안배의 고려만 아니라면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제4구의 엄군(嚴君)은 엄부(嚴父)로 제5구의 포곡(布穀)은 당연히 두견(杜鵑)으로 표현했을 것이다. 특히 자모(慈母)에 엄군(嚴君)의 대장은 얼마나 부자연스러운가!

제8구는 한식날 70대 자녀들이 묘소를 찾은 후 귀가하는 표현으로 귀정(歸程) 역시 귀로(歸路)가 더욱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기존의 규칙과 상관없이 미약한 우리말 표현은 어쩔 수 없다 할지라도, 어색한 단어의 안배로 구성한 이후에도 께름칙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번에는 〈청명(淸明)〉을 통해 〈대한신운(大韓新韻)〉의 장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제1구 寒食與時迎淸明 한식과 더불어 청명을 맞이하니

제2구 春耕始作節氣名 봄 갈이가 시작되는 절기의 명칭

제3구 溪邊柳枝申潤色 시냇가 버들가지 거듭 윤색이요

제4구 林中天鷚自和聲 숲속의 종달새 절로 조화로운 소리

제5구 他日麥浪焦兩親 지난날 보리 물결 양친을 애태웠으니

제6구 只今村景浮萬情 금일의 마을 풍경 만 정을 떠올리네.

제7구 農季無人看田野 농사철에 사람 없는 전야를 바라보니

제8구 吉日眞意合當更 길일의 참된 뜻 제대로 바뀌었네.

 

청명(淸明)은 24절기 중의 다섯 번째로 하늘이 점차 맑아진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한식(寒食)의 하루 전날이거나 겹치기도 한다. 자의만으로는 아주 좋은 절기이지만, 실제로는 보릿고개에 해당하므로 〈맥랑(麥浪)〉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하루해를 견디기 어려운 절기이다. 제5구는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부모의 마음, 제6구에서는 오늘날의 농촌 실정을 대비시켰다. 제7구는 기계화된 농촌의 여유로운 모습, 제8구는 청명의 참된 뜻은 오늘에야 이루어졌다는 뜻으로 표현되었다. 능력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표현이다. 악평을 받는다면 국어 표현력의 문제이지 한시 표현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다. 기존의 까다로운 규칙에 얽매였다면 이조차도 절반 정도의 표현에 그쳤을 것이다.


제1구에서 명(明)으로 끝났으므로, 압운은 자모의 첫소리를 거슬러 생각하면 경(經)운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기존의 규칙으로는 결코 이와 같은 율시로 바뀔 수 없다. 제7구의 끝 자인 친(親) 또한 평성이므로 안배할 수 없다.

계변(溪邊)과 임중(林中)은 자연과 위치의 조합, 유지(柳枝)와 천류(天鷚)는 식물과 동물, 신(申)과 자(自)는 부사, 윤색(潤色)과 화성(和聲)은 형용사/명사의 대장이다. 색(色)과 성(聲)은 선명한 반대(反對)로 상용하는 수법이다. 타일(他日)과 지금(只今)은 시간의 흐름, 맥랑(麥浪)과 촌경(村景)은 밀접한 관계, 초(焦)/양친(兩親)과 부(浮)/만정(萬情)은 동사/목적어의 대장이다.

양친은 부모로 표현하면 더욱 알기 쉽지만, 萬과 숫자의 대장을 이루기 위함이다. 숫자에 숫자의 대장은 거의 정형화되어 있다. 대장에서 알 수 있듯이 운자로 그림을 그리는 듯한 느낌을 주므로 대장은 정교할수록 좋은 표현이며, 율시 구성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평측 등의 개념만 없을 뿐 대장 방법은 기존과 같다.

제8구의 길일진의(吉日眞意)는 살기 좋은 세상을 나타내는 인수연풍(人寿年丰)으로 나타내고 싶었지만, 제7구에 이미 인(人)이 안배되어 바꾸지 않았다. 바꾸어도 상관없지만, 56자의 구성에서 가능한 같은 운자의 중복을 피하여 표현하는 것이 상용 수법이다. 물론 여러 운자가 겹치더라도 좋은 표현을 할 수 있다면 상관없다. 人寿年丰은 한글 문서창에 옮겨놓고 블록을 씌워 신명조로 바꾸면 人壽年豊으로 변하므로 간체자와 번체자를 동시에 익힐 수 있다.

네이버의 파파고 또는 구글 렌즈는 말할 필요도 없고 ChatGPT를 활용하면 더욱 다양한 표현을 찾을 수 있는 세상이어서 수십 년을 한시 공부에 매진한 문사에게는 허탈감만을 더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그러한 세상이 되었으며, 적극 활용을 권장한다. 시대의 대세를 어찌 거스를 수 있겠는가!

까치에게서 느낀 〈감수희작(感受喜鵲)〉을 통해 기존의 규칙에 얽매인 단점과 〈대한신운(大韓新韻)〉으로 구성했을 때의 차이를 살펴보기로 한다.

 

제1구 雙雙喜鵲振桑枝 쌍쌍의 까치가 뽕나무 가지를 흔들며

제2구 琴瑟嘉音起萬思 금슬의 호음에 온갖 생각을 일으키네.

제3구 一見多情禍難始 한눈에 반한 정은 환난의 시작

제4구 三天兩首爭吵彌 사흘이 멀다 한 싸움은 극에 달했네.

제5구 幼蒙彼此忘和睦 철없는 서로는 화목을 잊었고

제6구 口舌離婚刻疮痍 입버릇 이혼은 상처를 새겼네.

제7구 眞意珠婚耻微物 참된 의미 30년 미물에 부끄럽지만

제8구 反思今日不傳辭 반성의 오늘에도 말 전하지 못하네.

 

기존의 규칙을 적용한 구성을 살펴보면, 제1구의 두 번째 운자가 평성인 쌍(雙)이므로 네 번째 운자는 작(鵲)처럼 측성을, 다시 여섯 번째 운자는 쌍(桑)처럼 평성을 안배해야 한다. 각각의 구 역시 마찬가지로 안배해야 하며, 홀수 구와 짝수 구의 위아래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2/4/6평측 부동(不同) 안배라고 한다.

제2구인 슬(瑟 측성), 음(音 평성), 만(萬 측성)에는 제3구의 견(見 측성), 정(情 평성), 환(患 측성)처럼 같은 평측을 안배해야 한다. 즉, 짝수와 홀수 구의 위아래는 평측 또는 측/평으로 안배한다.

제3구와 제4구처럼 홀수와 짝수 구의 위아래는 평평 또는 측측으로 안배하는데 이를 점대(粘對) 법이라고 한다. 여기에 고평(孤平), 하삼평(下三平), 하삼측(下三仄) 등의 금지 규칙이 뒤따르며, 제3, 4, 제5, 6구에는 대장 해야 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규칙을 지켜야 하니, 뜻을 그대로 표현하고자 하면, 규칙에 어긋나고, 규칙에 따르자니, 내 뜻에 어긋나서 본래의 표현 의도와는 달리 용두사미(龍頭蛇尾) 격의 표현에 그치기 일쑤이다.


설령 규칙을 잘 지켜 표현의 의도가 충분히 잘 나타났을지라도, 이러한 규칙 적용을 인식은 하겠지만, 규칙의 감흥을 느낄 수는 없다. 중국말과 달라 평측의 리듬과 높낮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평측 무용론은 단순히 지키기 어렵다고 해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느낄 수 없으므로 무익하기 때문이다.

위의 작품에서도 우리말 표현은 미약한 능력을 지닌 최선의 표현이며, 이 표현을 율시에서도 그대로 재현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능력의 미약함을 탓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기존의 규칙을 지킨다면 그야말로 난망(難望)이다. 망화목(忘和睦)과 치미물(耻微物)은 측평측 안배로 고평 금지 규칙에 어긋나며, 치미물(耻微物)과 부전사(不傳辭) 역시 마찬가지다.

제3, 4, 5, 6구의 일견다정(一見多情)과 삼천양수(三天兩首), 유몽(幼蒙)과 구설(口舌)의 대장표현 또한 부끄러울 정도로 우리말 표현과 차이가 난다. 그런데 더 정확한 대장표현을 위해서는 우리말 표현을 바꾸어야 하므로 원래의 의도와 다른 표현을 할 수밖에 없다. 기존의 까다로운 규칙을 배제하고 시언지(詩言志)를 더욱 잘 나타낼 수 있는 우리의 율시를 창안한 근본 까닭이다.

 

압운 안배의 모순을 살펴보면, 기존의 압운은 지(支) 운으로 사(思 sī), 미(彌 mí, 이(痍 yí), 사(辭 cí)의 운모는 í로 중국어로는 비슷한 소리 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대한신운(大韓新韻)〉에 따른 압운에서는 미(彌)와 이(痍)는 기(基)운에 속하고, 사(思)와 사(辭)는 가(家)운에 속하므로, 같은 압운으로 쓸 수 없다. 무익한 규칙을 배제하고 실정에 알맞은 율시로 재구성 해 보기로 한다.

 

제1구 雙雙喜鵲振桑枝 쌍쌍의 까치가 뽕나무 가지를 흔들며

제2구 琴瑟好音起萬思 금슬의 호음에 온갖 생각을 일으키네.

제3구 一覽無餘患難緣 한눈에 반한 환난의 인연

제4구 隔二連三戰爭家 사흘이 멀다 한 전쟁의 집

제5구 不協和音忘團欒 불협화음은 단란함을 잊었고

제6구 離婚冷語深殃禍 이혼의 차가운 말 재앙을 더했네.

제7구 犬猿玉婚耻微物 견원지간 35년 미물에 부끄럽지만

제8구 反省今日不傳辭 반성의 오늘에도 말 전하지 못하네.

 

신춘(新春)이 되어 정원에 날아든 까치의 구애를 바라보며, 35년간의 결혼생활을 되돌아보며 표현했다. 이혼까지는 이르지 않았으니, 조금 과장된 표현이라 할 수도 있지만, 의도한 바가 거의 그대로 표현되었다. 제2구의 사(思)를 중심으로 자모의 첫소리를 찾으면 가(家)운임을 쉽게 알 수 있으며, 첫 구의 끝 운자는 압운하지 않은 형식으로 변했다.

제3구의 연(緣)은 기존의 구성에서는 불가능한 안배지만, 홀수 구에는 가(家)운 이외의 소리는 모두 안배할 수 있다. 대장 역시 완벽한 표현은 아니지만, 기존의 규칙을 적용한 표현보다는 매우 자연스럽게 구성되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꾸는 과정에서 본래의 의도보다 더욱 세련되게 구성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제6구의 혼(婚)은 파탄의 혼(婚)을 나타내고 제7구의 혼(婚)은 해로(偕老)의 혼(婚)을 나타낸다. 같은 운자이지만, 다른 뜻의 안배는 묘미 있는 구성이다.

35주년은 옥혼(玉婚)으로 자의(字意)와는 다른 인생을 산 것 같아서 부끄러운 생각이 앞선다. 이와 반대로 평소 존경하는 분의 부부애에 감명받아 헌정(獻呈)한 작품을 통해 구성 방법을 익혀보기로 한다. 시제는 〈서예부부(書藝夫婦)〉이다.


제1구 魯山姸潭入木道 노산과 연담 선생 서예의 도

제2구 落紙雲煙成玉露 낙지의 구름 연기 옥 이슬로 이루었네.

제3구 前生因緣連理枝 전생 인연 연리지

제4구 現世知音比翼鳥 현세 지음 비익조

제5구 雙筆調和琴瑟樂 두 붓이 조화하는 금슬의 즐거움

제6구 百書追求鴛鴦勞 백서로 추구하는 원앙의 노력

제7구 相互激勵成一家 상호의 격려로 일가를 이루니

제8구 世人仰慕爲尺度 세인은 우러르며 척도로 삼네.

 

제1구의 끝 운자를 도(道)로 안배했으므로 첫소리는 고(高)운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제2, 4, 6, 8구의 압운은 고, 교, 괴, 노, 뇨, 로, 료, 도, 모, 묘, 보, 소, 오, 요, 조, 초, 토, 포, 표, 호, 효의 소리를 안배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로(露), 조(鳥), 로(勞), 도(度)는 모두 이러한 운자에 속하며, 기존의 압운대로라면, 노(勞)는 평성이어서 함께 안배할 수 없다. 두 분은 국전 초대 작가로서 활동하며, 지역사회에서 함께 관련 행사를 주관하므로 이러한 모습을 표현했다.

노산(魯山)과 연담(姸潭)은 두 분 호의 안배이며, 입목(入木)은 입목삼분(入木三分)의 준말로 필세(筆勢)가 웅건하여 먹이 나무에 깊이 밴다는 뜻으로, 서도(書道)의 별칭으로 쓰인다. 낙지운연(落紙雲煙)은 종이에 떨어진 먹물이 구름이나 안개를 일으킨다는 뜻으로 역시 웅혼한 필력을 일컫는다. 쌍(雙)과 백(百)은 숫자의 대장이며, 백서(百書)는 여러 가지 서예체를 표현한 것이다.


헌정의 작품이니만큼 최대한 격조 있게 표현하려 힘쓰는 과정에서 성어가 검색되어 안배했다. 옥로(玉露)는 먹물의 별칭으로 조어했다. 부부애를 상징하는 연리지(連理枝), 비익조(比翼鳥), 금슬락(琴瑟樂), 원앙로(鴛鴦勞)의 표현에 중점이 있으며, 조(鳥)를 압운으로 활용한 까닭은 현재 왕성한 사회활동을 표현하려 했기 때문이다. 지(枝)를 압운으로 안배하면 기(基)운으로 구성된다.

기존의 까다로운 규칙을 적용한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표현으로, 평측의 규칙에 얽매이지 않아서, 미약한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공경 표현은 거의 다 나타내었다. 까마귀 울음소리인 〈오성(烏聲)〉을 통해 기존 규칙을 적용한 구성의 단점과 우리의 말 구성의 장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제1구 烏鴉從早響春天 까마귀 소리 아침부터 봄 하늘을 울리며

제2구 展翅長聲旺盛旋 날갯짓 긴 울음으로 왕성하게 선회하네.

제3구 不勝春情雄求愛 춘정을 이기지 못한 수놈의 구애

제4구 及時和答雌結緣 제때 화답하는 암놈의 결연

제5구 天生配匹迎相互 천생배필이 서로를 맞이하여

제6구 夫婦唱隨爲團圓 부창부수는 단란함을 이루리라!

제7구 排斥偏心思两隻 편견을 배제하고 두 놈을 생각하니

제8구 成婚宣布鳥中先 성혼의 선포는 새 중에서 으뜸이네.

 

기존의 압운은 선(先)운이며, 〈대한신운(大韓新韻)〉에 따른 우리 압운은 건(建) 운의 안배이다. 우리말 표현을 율시 규칙을 지키며 표현하려 했으나 평측과 대장표현의 규칙을 모두 충족할 수 없었다. 제2구는 2/4/6 평측 부동(不同) 안배의 규칙에 어긋나며, 제3구의 불승춘정(不勝春情)과 제4구의 급시화답(及時和答)은 불충분한 대장표현이다. 제6구의 부부창수(夫婦唱隨)는 부창부수(夫唱婦隨)로 안배해야 하지만, 평측이 어긋나므로 억지로 조어한 것이며, 제7구의 편심(偏心) 역시 편견(偏見)으로 써야 하지만, 평측이 어긋나므로 억지 안배이다.

우리말 표현이 본래의 의도인데, 평측 안배의 규칙만으로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다. 평측 안배와 대장표현 때문에 본래의 뜻과 달리 표현된다면 지엽(枝葉)의 전도와 마찬가지다. 우리 실정에 알맞게 재구성해 보기로 한다.

 

제1구 自晨烏群旋春天 아침부터 까마귀 떼 봄 하늘을 선회하며

제2구 深情長聲找佳緣 정 더하는 긴 울음 가연을 찾네.

제3구 適期渴求雄姿焦 적기에 갈구하는 수놈 모습 초조하고

제4구 卽時和答雌翅翩 곧바로 화답하는 암놈 날개 나부끼네.

제5구 夫唱婦隨協作巢 부창부수 협력하여 둥지를 틀더니

제6구 風起雨來與旋園 바람 불고 비 내려도 함께 전원을 도네.

제7구 排除偏見思一雙 편견을 배제하고 한 쌍을 생각하니

제8구 成婚宣布鳥中元 성혼의 선포는 새 중에서 으뜸이네.


충분치 못한 기존의 구성과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제3, 4, 5, 6구의 대장 역시 의도한 바대로 표현되었다. 기존의 규칙대로라면 초(焦), 소(巢), 쌍(雙)은 평성이므로 홀수 구의 끝 자에 안배할 수 없으며, 천(天), 연(緣), 편(翩)은 선(先)운이지만, 8구의 원(元)은 원(元) 운에 속하므로 압운할 수 없다. 자모의 순서에 따른 〈대한신운(大韓新韻)〉은 이처럼 선(先)운과 원(元) 운이 자연스럽게 합쳐지므로 운자가 배가(倍加)되어 더욱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제7구의 배제편견(排除偏見)은 까마귀가 울면 불길하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배제속설(排除俗說)의 직설적인 안배보다 좀 더 정제된 느낌을 줄 수 있다. 원래 의도한 우리말 표현보다 더욱 잘 다듬어졌다고 자평(自評)할 수 있다.

적기(適期), 갈구(渴求), 화답(和答), 부창부수(夫唱婦隨), 성혼(成婚) 등은 우리말에 잠재한 한자의 발현(發現)에 불과하며, 아침, 울음, 봄 하늘, 선회 등을 한자로 변환하면 거의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이로써 미루어 보면, 우리 말의 대부분이 한자어로 구성된 것이 아니며 한글 이전 우리 고유의 또 다른 문자로 정착되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다음은 〈우수(雨水)〉를 시제로 차를 마시며 화창한 날을 맞이한 감상을 표현한 것이다. 양력으로는 대체로 2월 20일 무렵이며, 남쪽 지방에서는 봄기운을 완연(宛然)하게 느끼는 때이다.

 

제1구 夜來春雨潤田野 밤새 내린 봄비 들판을 적시니

제2구 感時草色宛然坡 때를 느낀 풀빛의 완연한 언덕

제3구 池塘鯉魚驚氣勢 연못 속 잉어의 기세에 놀라고

제4구 鄕村女人聞情話 향촌 여인의 정다운 이야기를 듣네.

제5구 空巢結緣看喜鵲 빈 둥지에 연을 맺은 까치를 바라보며

제6구 流水開花樂淸茶 흐르는 물에 꽃을 피워 맑은 차를 즐기네.

제7구 蟾津江蒹似靑氣 섬진강 갈대는 푸른 듯한 기운

제8구 裊裊似素裙游絲 하늘하늘 비단 치마 같은 아지랑이여!

 

차 마시는 표현에 중점을 두었으므로 압운은 차(茶)로 정해졌으며, 모음의 첫소리인 가(家)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제5, 6구의 대장을 먼저 구성한 다음, 다른 구의 표현이 이루어졌다. 항상 첫 구부터 구상할 필요는 없으며, 주제를 제6구에 나타내는 것이, 상용 수법이다. 기존의 압운에 따른다면, 화(話)는 측성이므로 안배할 수 없다. 지당(池塘)과 향촌(鄕村), 이어(鯉魚)와 여인(女人), 공소결연(空巢結緣)과 유수개화(流水開花)는 정확하게 대장을 이루며, 윤전야(潤田野)와 간희작(看喜鵲) 등의 구성은 문법에 알맞다. 유수화개(流水開花)는 수류화개(水流花開)의 변형이다. 유수(流水)는 적당하게 식힌 찻물을 다관에 부었을 때의 모습, 개화(開花)는 말린 녹차의 잎이 펴지며 우러나는 모습의 형용이다.

윤(潤)은 습(濕)보다 정련된 운자이며, 갈대를 나타내는 운자에는 노(蘆), 위(葦), 겸(蒹) 등이 있으나 《시경(詩經)》의 〈겸가(蒹葭)〉를 떠올리며 겸(蒹)으로 안배했다. 가(葭) 역시 갈대의 뜻이다. 같은 뜻을 나타내는 운자일지라도 이처럼 고전의 구절이나 다른 사물에 연관된 운자를 안배하면 더욱 운치 있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청명(淸明)〉을 통해 우리 율시의 구성 방법을 익혀보기로 한다.

 

제1구 早晨鵲聲響靑天 이른 아침 까치 소리 청천을 울리고

제2구 解衣陽光看田園 옷 벗기는 햇살에 전원을 바라보네.

제3구 梅花凋落月半過 매화의 조락은 보름이 지났으나

제4구 油菜滿發畦個旋 유채의 만발에 이랑마다 돌아보네.

제5구 多事暫延感佳節 많은 일 잠시 미루고 좋은 시절을 느끼니

제6구 煩惱頗減斟善緣 번뇌는 꽤 줄면서 좋은 인연을 헤아려 보네.

제7구 親舊適時伴鮮膾 친구가 적시에 싱싱한 회를 동반하니

제8구 爛醉如泥淸明宴 인사불성 청명의 연회

 

제8구의 표현에 중점이 있으며 끝 운자를 연(宴)으로 안배했으므로 첫 홀소리는 건(建) 운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건, 견, 권, 년(련), 면, 번, 변, 선, 언, 연, 원, 전, 천, 편, 헌, 현, 훤의 운자 중에서 선택한다. 천(天), 원(園), 선(旋), 연(緣) 모두 이러한 소리의 운자이며, 홀수 구에는 이외의 소리가 나는 운자는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제1구의 향청천(響靑天)은 원래 향죽림(響竹林)으로 구성했으나 첫 구에도 압운하기 위해 바꾸었다.

이른 아침을 검색하면 청신(淸晨), 청효(清曉), 청조(清朝), 능신(凌晨)을 찾을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청신(淸晨)이 익숙하지만, 마지막 구의 청명(淸明)인 청(淸)과 겹치므로 조신(早晨)을 안배했다. 겹쳐도 상관없지만, 가능한 운자의 중복을 피하는 것이 좋으며, 물론 검색된 다른 단어를 선택해도 충분하다. 까치 소리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올 것이라는 속설에 따라 제7구에 연유하여 작성(鵲聲)으로 안배한 것이다.

청천(靑天)은 청천(晴天)이나 봄 하늘인 춘천(春天)도 안배할 수 있다. 푸른 하늘을 검색할 때는 대부분이 알고 있는 ‘청천’으로 검색하면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으며, 풀이 역시 푸른 하늘보다는 ‘청천’이어야 한자 변환이 수월하다. 햇빛을 검색하면 일광(日光), 양광(陽光)을 찾을 수 있으며, 이러한 단어는 한자어라기보다는 우리말의 또 다른 표기에 지나지 않는다.

네이버 한자 사전에서 광(光)을 검색하면, 100개가 넘는 단어와 관련 구를 찾을 수 있으므로 지식 배가의 효과도 겸할 수 있다. 매화(梅花)와 유채(油菜)처럼 꽃에는 꽃 또는 식물이나 동물로 대장 한다. 조락(凋落)과 만발(滿發)은 형용사의 대장으로 뚜렷하게 반대되는 느낌을 준다. 비슷한 느낌만 계속되도록 안배하기보다는 이처럼 반대의 표현이 뒤섞이는 것이 대장의 묘미이다.

보름을 검색하면 십오일(十五日), 망일(望日), 삼오(三五) 등을 찾을 수 있으며, 취사선택(取捨選擇)한다. 반(半)은 크기나 정도를 나타내며, 이에 알맞은 대장표현만 찾을 수 있다면, 묘미를 더해 줄 수 있으므로 월반(月半)을 선택했으며, 내용의 흐름에 따라 휴개(畦個)로 대장 했다. 월(月)은 달을 직접 가리키기보다는 개월(個月)에 중점이 있다. 휴(畦)와 같이 자연에는 자연 또는 인공으로 대장한다.

다사(多事)와 번뇌(煩惱)의 대장에서, 다(多)와 번(煩)은 숫자의 개념에 속하며, 사(事)와 뇌(惱)는 추상과 구체를 나타내며 밀접한 관계의 대장이다. 뇌(惱)처럼 신체의 표현에는 주로 신(身), 안(顔), 경(頸), 안(眼), 수(手), 족(足)처럼 신체나 신체의 부분으로 대장 하며 내장 기관도 포함한다. 잠연(暫延)과 파감(頗減)은 부사/형용동사의 구성이며 우리말 표현대로 나타내었다.

친구를 검색하면 붕우(朋友), 고구(故舊), 호우(好友), 지우(挚友), 상지(相知), 우인(友人), 교우(交友) 등 다양한 표현을 찾을 수 있으며, 우리말에 가장 익숙한 친구(親舊)를 안배했다. 난취여니(爛醉如泥)는 인사불성(人事不省)과 같으며, 검색 과정에서 묘미 있는 표현을 찾았으므로 안배했다. 인사불성은 말 그대로 인사불성이다. 정신을 잃어서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군더더기 풀이일 뿐이다.

기존의 불필요한 규칙에 따랐다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구성이며, 하고 싶은 표현을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나타내었다. 우리말의 서툰 표현은 국어 표현력의 문제이지, 율시의 구성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음을 되풀이하여 밝힌다. 〈춘우(春雨)〉를 통해 구성 과정을 익혀보기로 한다.

 

제1구 夜來風雨聲迎朝 밤새 비바람 소리 아침을 맞으니

제2구 小塘黃土水滔滔 작은 연못 황토물 넘치고 넘치네.

제3구 飛空白鷺兩翼雅 허공 나는 백로의 양 날개 우아하고

제4구 洗塵綠竹萬葉楚 먼지 씻은 녹죽의 만 잎 청초하네.

제5구 登亭飮茶看蜂蝶 정자 올라 차 마시며 벌 나비 바라보다

제6구 把鋤回庭管花草 호미 쥐고 정원 돌며 화초를 관리하네.

제7구 耐寒獨活甛脆時 추위 이긴 땅두릅 아삭한 때

제8구 玉盤新芽肴誰招 옥쟁반의 새싹 안주 누구를 초대할까!


제1구부터 구성하면서 조(朝)를 안배했으므로 첫 홀소리는 고(高)운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짝수 구의 압운은 고, 교, 노, 뇨, 로, 료, 도, 모, 묘, 보, 소, 오, 요, 조, 초, 토, 포, 표, 호, 효의 운자 중에서 선택하고, 홀수 구의 끝 운자는 이 외의 소리가 나는 운자를 선택한다. 고(高) 운에 해당하는 운자는 500자가 넘어, 상용 압운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며,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 이 많은 운자를 어떻게 다 익힐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전혀 고심할 필요가 없다.

高考告古固故苦庫顧雇孤稿鼓枯攷膏姑皐… 등의 운자에 블록을 띄워 복사한 뒤, 네이버 한자 사전에서 검색하면 쉽게 익힐 수 있으며, 또한 이 많은 운자 중에서 자주 활용되는 운자는 구성 과정에서 50자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므로, 익숙해지면 자신에게 알맞은 운자를 쉽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핸드폰 한자 앱을 통하거나 번역기인 파파고나 구글 렌즈는 물론이고 ChatGPT를 활용하면 이를 활용한 다양한 표현을 익힐 수 있다. 인사불성을 알고 있더라도 반드시 검색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지녔을지라도 개개인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제1구의 야래풍우성(夜來風雨聲)은 당(唐)나라 시인 맹호연(孟浩然 689~740)의 오언절구 〈춘효(春曉)〉에서 인용했다. 선현(先賢)의 작품을 많이 읽어 구성 과정에서 인용을 권장한다. 기존의 구성에서는 조(朝)보다 신(晨)을 주로 안배하지만, 우리말은 조석(朝夕)이 익숙하므로 바꾸었다. 제2구의 도도(滔滔)처럼 의성어나 의태어의 안배는 생동감을 더해 준다. 다만 남용(濫用)은 억제해야 한다.

 

공(空)과 진(塵)은 거대와 미소의 뚜렷한 반대로 구성되었으며, 백(白)과 녹(綠)은 색깔, 노(鷺)와 죽(竹)은 동물과 식물, 만(萬)과 양(兩)은 숫자, 익(翼)과 엽(葉)은 기관의 부분으로 대장 되었다. 초(楚)는 청초(淸楚)를 검색하여 압운했으나 뚜렷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 ‘곱다’를 검색하여 초(俏) 또는 뇌(娞)를 안배하거나 ‘빛나다’를 검색하여, 요(曜) 또는 호(晧)를 안배할 수 있다. 운자의 뜻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 표현을 바꾸어 검색하는 습관을 들이면 원하는 표현을 대부분 쉽게 찾을 수 있다. 제5, 6구의 대장 또한 의도한 대로 이루어졌으며, 제7, 8구 역시 마찬가지다.


제1, 2, 3, 4구에서는 상황을 묘사하고, 제5, 6구에서는 행동을 표현했다. 율시에서는 대부분 제5, 6구에서 주제를 나타내며, 제4구까지는 주제를 뒷받침하는 표현으로 이루어진다. 제7, 8구는 맺는 표현으로 첫 구부터 마지막 구에 이르기까지 수미일관(首尾一貫)의 표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풍우성(風雨聲), 도도(滔滔), 백(白), 녹(綠), 양(兩), 만(萬)의 안배처럼 소리, 모습, 색깔, 숫자 등을 고루 안배한다면, 묘미 있는 표현을 이룰 수 있다. 사천 10경을 원한다는 〈원사천십경(願泗川十景)〉을 통해 표어와 같은 구성 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제1구 三千浦昌善大橋 삼천포 창선대교

제2구 鳳鳴多率寺禪道 봉황 울던 다솔사 선도

제3구 杜鵑群落臥龍山 철쭉 군락 와룡산

제4구 泥灘壯觀飛兎島 갯벌 장관 비토섬

제5구 邑城明月枕鰲亭 읍성 명월 침오정

제6구 船津櫻花海岸路 선진 벚꽃 해안로

제7구 龍頭公園複瓣櫻 용두공원 겹벚꽃

제8구 海上纜車十人轎 해상 케이블카 10인 가마

제9구 南逸臺象巖飮水 남일대 코끼리바위 물 마시는데

제10구 快哉亭碑鱗沒草 쾌재정 비석 조각 잡초에 묻혔네.

 

대부분의 시군에서는 중국의 소상팔경(瀟湘八景)에서 비롯한 관동팔경(關東八景) 또는 단양팔경(丹陽八景)처럼 주로 8경을 지정한다. 8이라는 숫자는 예로부터 8괘(八卦), 8풍(八風), 8자(八字), 8음(八音), 8방(八方), 8일(八佾), 8보(八寶), 8선(八仙), 8덕(八德), 8진(八陣), 8면 영롱(八面玲瓏), 8선 과해(八仙過海), 8진 옥식(八珍玉食), 8방 지원(八方支援) 등 단어나 성의의 조합에 다양하게 활용되어,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기 쉬운 친숙한 숫자이다.

사천시에서는 삼천포 창선대교, 다솔사, 와룡산 철쭉, 비토섬 갯벌, 침오정에서 바라보는 읍성 명월, 용두공원 겹벚꽃, 해상 케이블카, 남일대 코끼리바위까지 9경을 홍보하고 있다. 한시에서 홀수의 구성은 피하므로 개인의 염원을 담아 배율인 10경으로 구성했다. 쾌재정(快哉亭)의 별칭은 아호정사(牙湖精舍)이다. 조선 중종 때 훈련도정(訓鍊都正)을 지낸 이순(李珣) 절충장군(折衝將軍)이 노년에 지금의 축동면 구호마을에 와서 세우고 머물렀던 정자(亭子)이다. 일명 아호정사(牙湖精舍)라고도 불렀다.

 

제1구의 끝 운자가 교(橋)이므로, 첫 홀소리는 〈대한신운(大韓新韻)〉를 찾을 필요 없이 고(高)운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두견(杜鵑)과 니탄(泥灘)은 자연물의 대장이다. 와(臥)와 비(飛), 용(龍)과 토(兎), 산(山)과 도(島), 읍성(邑城)과 선진(船津)은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이미 절묘하게 대장을 이루고 있다. 위치를 나타내는 용두(龍頭)의 두(頭)와 해상(海上)의 상(上) 또한 마찬가지다. 명월(明月)에는 만앵(滿櫻)이 더욱 알맞은 대장이겠지만, ‘선진 벚꽃’이 고유명사처럼 활용되므로 바꾸지 않았다.

침오정(枕鰲亭)은 명월을 감상하는 정자이다. 인공인 침(枕)에 자연의 해(海)로 대장 했다. 제8구의 해(海)와 중복되지만, 연안(沿岸)의 연(沿)으로 안배하면 침(枕)과 품사가 맞지 않아 오히려 부자연스러우므로 그대로 안배한 것이다. 억지로 중복을 피할 필요가 없다. 앵(櫻) 또한 제7구의 앵(櫻)과 겹치지만, 피하지 않았다.

자라인 오(鰲)와 언덕의 안(岸)은 동물과 자연, 정(亭)과 노(路)는 노력의 결과로 이루어진 인공의 대장이다. 복(複)은 숫자의 개념으로 케이블카 승선 인원은 10명이어서 십(十)으로 대장 되었다. 배율의 구성은 제1, 2구와 마지막 두 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장해야 한다. 율시 또는 배율의 가장 큰 묘미는 대장 구성에 있다. 〈청학동추경(靑鶴洞秋景)〉으로 우리 율시의 구성 방법을 좀 더 살펴보기로 한다.

 

제1구 靑鶴洞天迎秋鮮 청학 동천 가을 맞아 고우니

제2구 萬壑千峰五色漣 만학천봉 오색의 물결

제3구 三聖宮瀑起白雲 삼성궁 폭포 흰 구름을 일으키고

제4구 摩姑城池盛靑天 마고성 연못은 푸른 하늘을 담았네.

제5구 淸風化筆散紅染 맑은 바람 붓 되어 붉은 물감을 흩뿌렸고

제6구 明月撒沙展彩絹 밝은 달 모래 뿌려 채색 비단을 펼쳤네.

제7구 巖間矢流響琴聲 바위 사이 화살 흐름 거문고 소리를 울리고

제8구 滿山起火不生煙 온산은 불타오르는데 연기 나지 않네.

 

제1구에 鮮이 안배되었으므로 홀소리의 첫 운자는 건(建)운 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짝수 구에는 건, 견, 권, 년(련), 면, 번, 변, 선, 언, 연, 원, 전, 천, 편, 헌, 현, 훤의 소리가 나는 운자 중에서 선택한다. 연(漣), 천(天), 견(絹), 연(煙)은 모두 이와 같은 소리의 운자에서 선택되었다. 홀수 구에는 이외의 소리를 모두 안배할 수 있으므로 표현의 범위는 훨씬 다양해진다. 삼성궁(三聖宮)과 마고성(摩姑城)은 인공과 인공의 대장이며, 三이 숫자이므로 숫자로 대장해야 더욱 알맞지만, 찾기가 어렵다.


백운(白雲)과 청천(靑天)은 기존 구성에서는 대장 할 수 없으며, 금성(琴聲)과 생연(生煙) 또한 이처럼 안배할 수 없다. 내용이 호평받을 수 있느냐의 여부는 독자의 판단이지만, 이처럼 표현하고 싶어도 기존의 까다로운 형식에 얽매여서는 70% 정도의 구성도 어려웠을 것이다. 만학천봉(萬壑千峰) 대신에 천의무봉(天衣無縫)으로 표현하고 싶은데, 평측이 맞지 않는다고 해서 안배할 수 없다면, 과연 그러한 규칙이 필요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향금성(響琴聲)과 불생연(不生煙) 또한 그러하다. 〈다솔사(多率寺)〉를 통해 구성 방법을 익혀보도록 한다.

 

제1구 陽春杜鵑蓋彩雲 양춘의 진달래 채색구름으로 덮였고

제2구 夏日淸影展靑裙 여름날 맑은 그림자 푸른 치마를 펼쳤네.

제3구 初秋石蒜憧彼岸 초가을 꽃무릇 피안을 동경하고

제4구 嚴冬泉水起波紋 엄동의 시냇물 파문을 일으키네.

제5구 四季棲息杏上鵲 사계절 서식하는 은행나무 위 까치

제6구 無時出入堂中君 무시로 출입하는 불당 속의 그대

제7구 勸誘同伴頻繁訪 동반을 권유하여 자주 찾았으나

제8구 佛心淺養不覺問 불심의 낮은 수양 깨닫지 못해 묻네.

 

다솔사는 경남 사천시 곤명면 봉명산 기슭에 있다. 지증왕 12년(511)에 연기조사(緣起祖師)가 처음 세워 영악사(靈嶽寺)라 불리다가 신라 말기에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증축하면서 다솔사라 칭했다. 봉명(鳳鳴) 산세가 수려한 데다 등산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사계절 자주 찾은 단상을 표현했다.

첫 구의 압운이 운(雲)이므로 홀소리의 첫 운자는 군(軍) 압운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군, 균, 륜, 둔, 문, 분, 순, 운, 윤, 준, 춘, 훈으로 검색하여 단어나 성어를 익힌 후 구성했다. 기존의 압운에 따른다면, 제8구의 문(問)은 측성이므로 안배할 수 없으며, 의도한 바대로 나타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기존 규칙에 얽매여 구성한 〈다솔사차(多率寺茶)〉를 통해 기존 구성의 단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제1구 茶禪一味涅槃經 다선일미 열반경

제2구 不二無門成道馨 불이 무문 도를 이루는 향기

제3구 三桶曉泉沾露汲 세 통의 새벽 샘물 이슬 맞고 떠와서

제4구 四杯晨蔎退風惺 네 잔의 아침 차로 바람 물리치며 깨닫네.

제5구 五回松下交禽獸 5회째는 소나무 아래 금수와 교류하고

제6구 六次池邊合月星 6회째는 못가에서 월성에 합치되네.

제7구 七覺虛空抛百八 7각의 허공이 백팔번뇌 물리치나니

제8구 九蒸九曝本來形 구증구포 본래의 모습이여!

 

다솔사는 우리나라 차 문화를 이끈 산실로 알려져 있으며, 별칭은 반야로(반야로(般若露)이다. 차 마시는 과정을 참선의 과정과 같다는 의미인 다선일미(茶禪一味)는 다솔사 차를 상징하는 표현과 같다. 제1구의 본래 의도는 다선일미반야로(茶禪一味般若露)로 표현하고 싶었지만, 평측 안배에 얽매여 나타내지 못했다. 평측에 맞게 안배하려면 일미다선반야로(一味茶禪般若露)로 구성해야 한다. 그런데 어디까지나 다선일미(茶禪一味)이지 일미다선(一味茶禪)은 아니므로 의도한 대로 나타낼 수 없는 것이다.

평측 안배의 규칙에 맞게 나타내려면 다른 구에 안배하거나 아예 안배하지 않아야 하므로, 본래의 의도와는 다른 표현으로 바꾸어야 한다. 무리하게 열반경(涅槃經)으로 나타내었으나, 반야로(般若露)의 표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올바른 표현이 우선이어야 하며, 나머지 규칙은 표현을 돕기 위한 수단이어야 하는데도 평측 안배 우선의 풍조를 선호한다면 본말이 전도된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제7구의 백팔(百八) 또한 백팔번뇌인지 108배를 포기한다는 뜻인지 모호하다.

불이(不二)는 현실 세계에서 여러 가지 사물이 서로 대립하여 존재하는 것같이 보이지만, 근본은 하나라는 뜻이다. 무문(無門)은 깨달음에 들어가는 데 문은 없으며, 사람의 마음에 존재한다는 표현이며, 칠각(七覺)은 수도할 때 깨닫는 일곱 가지 요소를 나타낸다. 허공(虛空)은 허공처정(虛空處定)의 준말로 색법에 얽매이지 않는 선정(禪定)을 나타낸다. 기존의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대한신운(大韓新韻)〉을 활용했다면, 이보다 더욱 쉽게 구성했을 것이다.

 

계묘년(癸卯年)인 2023년의 여름은 유달리 기상이변이 심하여 한 달이 넘도록 전국이 물바다를 이루었으며 많은 사상자와 피해가 발생했다. 집이 야산 기슭에 위치하지만, 어지간한 재해에도 걱정한 적이 없으나 하룻밤 사이에 다섯 번의 재난문자를 받은 데다 밤새 포탄이 쏟아지는 듯한 지붕의 빗소리에 잠 못 이룬 심정을 〈음우(淫雨)〉로 표현해 보았다. 기존의 규칙에 얽매인 표현과 우리 실정에 알맞은 구성의 표현 차이를 비교해 보기로 한다.

 

제1구 傾倾大雨月餘連 억수 같은 장대비 달포 동안 계속되니

제2구 到處汪洋沒沃田 곳곳의 물바다는 옥토를 삼켰네.

제3구 霹靂雷聲如問罪 뇌성벽력은 죄를 묻는 듯하고

제4구 土砂巖塊似看癲 토사와 바윗덩이는 간질을 보는 듯

제5구 阿修長劍頻混地 아수라 장검이 빈번히 땅을 어지럽히니

제6구 諾亞方舟自啓天 노아의 방주는 절로 하늘에서 계시하리!

제7구 違逆自然災害酷 자연을 거스른 재해는 참혹하니

제8구 滅亡徵候預知年 멸망의 징후 그 해를 예지하네.

 

기존의 압운인 선(先)운에 따랐다. 제2구까지는 본래의 의도대로 표현되었지만, 제3구부터는 본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표현되었다. 기존의 불필요한 규칙에 얽매이지 않았다면, 벽력뇌성(霹靂雷聲)은 당연히 뇌성벽력(雷聲霹靂)으로, 토사암괴(土砂巖塊)는 좀 더 익숙한 토사암석(土砂巖石)으로 표현했을 것이다. 간전(看癲)의 표현은 선(先) 압운에서는 원하는 운자를 찾지 못해 어이없을 정도의 표현이며, 아수라 장검과 노아 방주는 처음에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생뚱맞은 표현이다. 대장을 위해 억지의 표현이 되었으며, 아수장검(阿修長劍)은 최소한 아수라검(阿修羅劍) 정도는 표현되어야 하지만, 방(方)과 대장을 이룰 수 없으므로 억지의 표현으로 변했다. 본래의 표현 의도는 다음과 같다.

 

제1구 傾盆大雨月餘降 억수 같은 장대비 달포 동안 내리니

제2구 到處山河成汪洋 곳곳의 산하는 물바다를 이루네.

제3구 土砂巖石塌家屋 토사 암석은 가옥을 덮치고

제4구 雷聲霹靂緊心腸 뇌성벽력은 심장을 옥죄네.

제5구 不可抗力苦難連 불가항력의 고난 이어지니

제6구 有備無患恨歎長 유비무환에도 한탄은 길어지네.

제7구 氣象異變漸尤甚 기상이변 갈수록 심해지는데

제8구 懦弱人間覺眞相 나약한 인간의 진상을 깨닫네.

 

제1구의 끝 운자를 강(降)으로 안배했으므로, 모음의 첫소리는 강(姜) 운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짝수 구의 압운은 강, 광, 낭, 당, 랑, 량, 망, 방, 상, 쌍, 앙, 양, 왕, 장, 창, 탕, 팡, 항, 향, 황의 소리가 나는 운자 중에서 선택하는데 압운에 없는 운자가 안배되더라도 추가하면 그만이다. 강(姜) 운에는 어떠한 운자가 있는지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네이버 한자 사전에서 ‘강’이라고 검색하면, 이에 해당하는 모든 한자를 너무나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단어와 성어를 한꺼번에 익힐 수 있다. 사전 활용은 네이버 한자 사전 활용을 권장한다. 중국어 사전과 번갈아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강(姜) 운은 31 운으로 분류한 우리 압운 중에서도 활용 빈도가 매우 높은 상용 압운에 속한다. 홀수 구에는 이 외의 소리를 선택한다.

토사암석과 뇌성벽력으로 바르게 표현되었다. 기존의 규칙에 얽매였다면, 불가항력(不可抗力)과 유비무환(有備無患)의 대장은 이루어질 수 없으며, 제8구의 상(相)은 측성(仄聲)이어서 압운으로 쓸 수 없다. 제5구와 7구의 끝 자인 연(連)과 심(甚) 또한 평성(平聲)이므로 안배할 수 없다. 대장을 제외한 기존의 규칙을 배제하고 우리 실정에 알맞은 구성 방법이 훨씬 명확하게 뜻을 나타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2023년 가을, 사천문화원에서 주최한 백일장 시제인 〈원우주항공청사천개청(願宇宙航空廳泗川開廳)〉을 통해 우리 실정에 알맞은 율시 구성의 필요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제1구 泗川宇宙航空光 사천 우주 항공의 빛

제2구 刮目成就疊伸張 괄목할 성취에 거듭 신장하네.

제3구 六十歷程顧往事 60년 역정의 지난 일을 돌아보며

제4구 千年前途看現場 천년 전도의 현장을 보네.

제5구 尖端神技集合處 첨단의 신기가 집합한 곳

제6구 廣域英才選好鄕 광역의 영재가 선호하는 마을

제7구 早速開廳牽發展 조속한 개청으로 발전을 이끌면

제8구 昇天氣勢橫大洋 승천의 기세는 대양을 가로지르리!


사천은 항공산업의 도시로 우주항공청은 당연히 사천시에 개청해야 하며 이미 확정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후속법이 통과되지 않아서 백일장을 개최할 때는 미루어진 상태였다. (2024년에 특별법이 마침내 통과되었다) 이 시제는 우주항공청은 당연히 사천시에 설립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는데 주안점이 있다.

압운은 광(光), 장(張), 장(場), 향(鄕), 양(洋)으로 정해져 있다. 제1, 2구에 사천우주항공을 모두 나타내거나 우주(宇宙)와 항공(航空)은 반드시 안배하고 다른 구에 사천을 안배하는 조건이 제시되어 있다. 그런데 기존의 규칙으로는 사천우주항공광(泗川宇宙航空光)으로 나타낼 수 없다. 우주(宇宙)와 항공(航空)을 바꾸어 안배하면 평측 구성을 할 수는 있겠지만, 청사의 명칭은 ‘우주항공청’이지 ‘항공우주청’이 아니므로, 구성할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제1구에는 우주를 제2구에는 항공을 안배하는 식의 구성이 될 수밖에 없으며, 그 어떤 표현을 할지라도, 사천우주항공(泗川宇宙航空)처럼 하나로 나타낸 표현에는 미치지 못한다.

첫 구의 압운이 광(光)이므로 홀소리의 첫 운자는 강(姜)운 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짝수 구의 압운은 강, 광, 낭, 당, 랑, 량, 망, 방, 상, 쌍, 앙, 양, 왕, 장, 창, 탕, 팡, 항, 향, 황 중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홀수 구의 끝 자는 이 외의 소리에서 모두 안배할 수 있으므로 더욱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

제7구의 견발전(牽發展)은 역량을 펼친다는 전역량(展力量)으로 구성했으나, 량(量)은 강(姜) 운에 속하므로 바뀐 것이다. 육십(六十)과 천년(千年)은 숫자, 역정(歷程)과 전도(前途)는 과거와 미래의 대장이다. 첨(尖)과 광(廣)은 사물의 형태, 단(端)과 역(域)은 일정한 지역이나 위치, 신기(神技)와 영재(英才)는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말로 대장 되었다.

항공광(航空光), 첩신장(疊伸張), 고왕사(顧往事), 간현장(看現場), 집합처(集合處), 선호향(選好鄕), 견발전(牽發展) 횡대양(橫大洋)의 안배는 모두 문법에 알맞다.

기존의 규칙에 얽매였다면, 제1, 2구와 8구의 표현은 이루어질 수 없으며, 육십역정(六十歷程)과 천년전도(千年前途), 왕사(往事)와 현장(現場), 집합(集合)과 선호(選好)의 대장 또한 이루어질 수 없는 구성이다. 의도한 표현을 모두 나타내었으며, 미약한 표현은 우리말의 표현 능력 때문이지 한자의 구성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다.

〈백련초해(百聯抄解)〉는 조선 명종(明宗) 때의 명신인 김인후(金麟厚1510~1560) 선생이 100련(聯)을 뽑아 제시함으로써 율시 창작의 입문서로 활용된다. 〈백련초해〉의 대장(對仗)을 인용하여 기존의 규칙에 얽매여 구성한 작품을 통해 단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시제는 그림을 나타내는 〈화(畵)〉이다.

 

제1구 暮春失意又盤桓 저문 봄에 뜻 잃어 또다시 서성거리다가

제2구 壁面收山鎭靜肝 벽면에 산을 들여 마음을 진정시키네.

제3구 花笑檻前聲未聽 꽃이 난간 앞에서 웃는데 소리는 들리지 않고

제4구 鳥啼林下漏難看 새가 숲속에서 우는데 눈물 보기는 어렵네.

제5구 多斕潤葉何成蔭 다채로운 무늬로 빛나는 잎 그 얼마나 그늘 이루었나!

제6구 無響懸河不起瀾 소리 없는 폭포에는 물결 일지 않네.

제7구 一切唯心如昨遠 일체유심조 어제처럼 멀어지다가

제8구 畫工風水暫時安 화공의 풍수에 잠시 편안해지네.

 

제3, 4구가 인용된 대장으로 그림을 나타내므로 시제 역시 〈화(畵)〉로 정했다. 제4구의 끝 운자가 간(看)이므로 기존의 압운은 한(寒) 운에 속하며 외우지 않는 이상 찾아보아야 하지만, 우리의 자모 순서에 따른 압운에서는 모음의 첫소리인 간(間) 운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림 감상에 문외한이며 관심도 없지만, 지인의 권유로 풍수에 좋다는 물 그림을 한 점 구해서 벽에 걸었다.

불필요한 기존의 평측 안배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제2구의 수(收)는 수(受) 또는 입(入)으로 안배해야 더욱 알맞다. 제6구의 현하(懸河) 역시 폭포(瀑布)로 제7구의 일체유심(一切唯心) 또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로 나타내었을 것이다. 인용한 함전(檻前)과 임하(林下)의 대장도 평측 안배만 아니라면, 임중(林中)으로 나타내었을 것이다.

〈추모고운최치원선생(追慕孤雲崔致遠先生)〉으로 제시된 백일장 시제를 대한시운(大韓新韻)에 따른 칠언배율의 표현 방법을 살펴보기로 한다.

 

제1구 羅末神童留學行 신라말 신동 유학의 길

제2구 賓貢壯元二九名 빈공과 장원 18세 명성

제3구 戰慄檄文震唐朝 전율할 격문은 당나라 조정을 뒤흔들었고

제4구 箴戒條理憂國命 잠계의 조리로 나라의 운명을 걱정했네.

제5구 骨品限界轉微職 골품의 한계로 미직을 전전했으나

제6구 性情明鑑施善政 성정의 밝은 거울 선정을 베풀었네.

제7구 爲母至孝建蓮臺 모친 위한 지극 효도 상연대를 지었고

제8구 愛民眞心施天嶺 애민의 참된 마음 천령에 베풀었네.

제9구 渭川淸浪濟萬人 위천의 맑은 물결 만인을 구제했고

제10구 館林巨木示千齡 관림의 거목은 천년 수령을 알리네.

제11구 膾炙金鋤何敎訓 회자의 황금 호미 무슨 교훈이겠는가!

제12구 神道碑前整襟銘 신도비 앞에서 소매 바로잡고 새기네.

 

첫 구의 압운이 行이므로 압운은 홀소리의 첫 운자는 ‘겅’ 운이어야 하지만, ‘겅’에 해당하는 한자가 없으므로 경(經)운으로 재배열했다. 경, 갱, 녕(령), 냉(랭), 명, 맹, 병, 성, 생, 영, 앵, 정, 쟁, 청, 평, 팽, 탱, 형, 행을 검색하여 명(名), 명(命), 정(政), 령(嶺), 령(齡), 명(銘)으로 압운했다. 경(經)운은 활용 빈도가 높은 압운이다.


기존의 압운에 따른다면, 당조(唐朝)와 국명(國命), 미직(微職)과 선정(善政), 연대(蓮臺)와 천령(天嶺), 만인(萬人)과 천령(千齡) 등은 아예 할 수 없는 표현이다. 이 작품의 평가 역시 독자의 몫이지만, 미약한 능력으로는 고운 선생을 추모하는 마음을 거의 다 표현했다. 기존의 규칙에 얽매였다면, 이 절반의 표현도 어려웠을 것이다. 부족한 표현은 우리말의 표현 능력에 따른 문제이지, 한시의 구성은 지엽(枝葉)에 불과하다.

더 상세한 설명은 차후 발간할 《가제: ChatGPT를 통한 우리 한시 작법》에서 밝힐 예정이다. 평측 안배를 비롯한 기존의 규칙을 폐지하면 과연 율시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당연히 가질 수 있겠지만, 더욱 정교한 대장과 리듬의 느낌만으로도 이러한 의문은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2024년 3월 문학박사 성기옥 근술(謹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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